수술 이후로는 별다른 일이 없습니다. 깁스를 대신할 독특한 보조장치를 달고 수술 부위만 소독하며 버티는 삶입니다. 사실 수술 직후 첫 드레싱을 했을 때, 살을 짼 부위가 워낙에 따가워서 뭐가 잘못된 게 아닌가 엄청나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음. 맨살을 짼 거니까 아픈 게 당연하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살을 째본 일이 그게 처음이라 몰랐는데...
요런 신기한 보조장치를 달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거 비급여 33만원짜리 외제 장치래요. 정확한 명칭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간 굉장히 비쌈. 저는 중족골 5번 기저부 골절로 원래 회복이 잘 되고 빠르게 골유합이 되는 부위라, 수술을 갈긴 다음부터는 통깁스를 계속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잘 때에는 이 보조장치를 벗고 그냥 맨발에 얼음찜질을 해가며 자기도 했어요. 소독은 3일 간격으로 계속되며 병원에 가서 의사 쌤의 진찰을 곁들여 받기 시작합니다.
수술 후 첫 소독 방문을 마친 다음에는 환부 염증 없이 잘 아물고 있으니 아예 집에서 자체 소독을 진행하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집에서 제가 알아서 소독했을 정도로 별 탈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아참 골절 환자 분들 샤워할 때 어떻게들 하시나요? 전 사실 처음 반깁스 했을 때부터... 상처에 물 들어가면 안된대서... 그 뭐시기냐 비닐봉지를 발에 둘둘 두르고 테이프로 묶은 다음 그 상태로 샤워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불편하지만 그렇게라도 안 하면 못 버티겠더라구요. 아무튼 이 보조장치가 참 편한 게 샤워할 때는 그냥 벗으면 되니까. 마찬가지로 맨발에 비닐봉지 둘둘 감고 계속 샤워했습니다.
수술 2주 후에는 살 짼 부위의 실밥 뽑는 걸 시작하는데, 전 사실 마취는 안 무서운데 이 실밥 뽑는 게 무서워요. 가위랑 핀셋으로 살 짼 부분 실을 또각또각 잘라대며 뽑기 시작하는데, 실밥 뜯을 때 상처 부위가 싸하고 따끔따금한 것이 크게 아픈 건 아닌데 기분이 나쁘게 쏘아대거든요.
아무튼 이 보조장치 + 목발의 삶은 한달 이상 계속될 예정이었습니다... 발을 다치고 나니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더라구요. 일단 두 손을 다 목발을 짚어야 하기 때문에 물건을 스스로 들지 못하고, 물 같은 건 절대 떠오지 못합니다. 실제로 골절 초기 때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제가 커피 타고 혼자 떠오려다가 목발 짚고 출렁이는 바람에 바닥에 커피를 죄다 쏟은 적이 있어요.
골절러가 혼자 물병을 들어야 할 때... 이렇게 개생쇼를 하게 된답니다.
'사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 일 없어 쓰는 골절 일기 (중족골 5번 기저부 골절) D +52 (0) | 2022.03.31 |
---|---|
할 일 없어 쓰는 골절 일기 (중족골 5번 기저부 골절) D +10 (0) | 2022.03.19 |
할 일 없어 쓰는 골절 일기 (중족골 5번 기저부 골절) D-day (0) | 2022.03.19 |
라오어2 개인 리뷰 (앨리 위주) (2) | 2020.06.30 |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 청사자반 클리어 후기 (0) | 2019.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