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병원에서는 중족골 5번 부위가 부러졌고, 저의 건강함과 젊음으로 인해 수술하지 않아도 붙을 것 같다는 진단을 받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부모님이 자주 이용하시는 병원으로 옮겨 바로 재진단, 똑같은 진단을 받았으나 이번엔 수술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운동을 하다 다친 만큼 활동적인 타입으로 보이니 하는 제안이라 하더라구요. 비수술의 경우 꼼짝없이 6주동안 통깁스를 하고 묶여 살아야 하지만 수술을 하게 되면 탈부착이 가능한 보조장치를 하고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병원에서 반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지 고작 하루, 이미 깁스에 넌덜머리가 나버린 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수술 제안에 콜을 외칩니다. 그렇게 저의 머저리 인생이 시작되었죠......... 살면서 코피 한 번 흘려본 적 없었고, 심하게 아파본 일이 없어 수술이니 뭐니 겪어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 수술을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수술은 아주 빠르게 5일 뒤로 일정이 잡혔습니다. 2월 8일에 골절하고 바로 2월 16일에 수술을 갈기게 된 것이죠. 들어보니 골절 후 최대 2주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 그냥 빠르게 수술을 갈기기로 했습니다. 부러진 골절 부위에 나사를 삽입해 뼈가 틀어지지 않도록 방지하고 뼈가 바르게 붙을 수 있도록 돕는 수술이었습니다.
수술 때문에 전날 12시부터 물도 음식도 한입 대지 못한 채로 강제 금식을 유지합니다. 밥 굶는 거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물 못 마시는 게 너무 괴로워서 사실 저... 아침 7시에 물 한 모금 마셨습니다. 여러분은 이러지 마세요 물 마시면 마취 중 역류하는 위험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저는 그냥 목이 타는 게 너무 괴로워서 한 입 했습니다 아시겠죠 이러시면 안됩니다.
아무튼 간에 생전 처음 병원 입원이라 이 링거? 이것도 처음 맞아보고. 아니 이거 너무 불편해서 뒤질 뻔 했어요. 입원을 2박 3일 했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계속 피가 역류해서 나중엔 링거 뺐다가 다시 꽂기도 하고 아주 별 생쇼를 다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수술 당일, 오후 2시로 수술 일정이 잡혀 아무 걱정 없이 수술실로 들어가 수면 + 하반신 마취 콤보를 맞아 쿨쿨 잠만 자고 일어난 저. 1시간 50분 정도의 수술이 끝날 무렵에야 눈을 뜨고 고대로 병실로 옮겨졌는데. 마취 덕에 당연히 감각은 없었고 팔만 움직이는 터라 멍하니 누워 폰만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분명 마취해서 감각이 없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환부가 후끈후끈하고 뭔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있는 거예요.
그때 직감했죠. ㅈ댔다 이건 마취 풀리면 뒤지는 각이다.
호달달 떨며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봅니다. 마취 언제 다 풀리나요? 8시간 정도 후에 풀려요~
속으로 비명을 질러가며 기도 했습니다. 제발 아프지 마라 진짜로 아프지 마라 난 살면서 아파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내 몸아 믿는다 힘내!
그러나, 수술 초보자의 헛된 희망은 바로 무너지고 맙니다. 오후 6시 정도부터 살살 마취가 풀려가기 시작합니다. 점점 느껴지는 수상쩍은 고통. 이건 말로 형용하기 힘든 무언가입니다. 6시부터 아, 뭔가 이상하다, 무통주사가 안 들어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건 이상하다,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웃기는 개소리입니다 이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더니 오후 10시 반 무렵부터 정점을 찍기 시작합니다.
나사를 박은 부위, 뼛속에서부터 수상쩍은 열기가 번집니다. 발 속에 불이 난 것처럼 뜨거워 화끈화끈한 화기와 동시에 무자비할 정도로 끔찍한 욱신거림이 하모니를 일으키며 커져갑니다. 환부만 아픈 게 아니라 오른발 전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더니 발이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깁스를 다시 한 환부 위에 쉴 새 없이 얼음 찜찔을 해댔는데도 이 화기는 절대 가라앉지 않습니다.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통증에 아파서 끙끙대다가 새벽 1시부터는 아예 무통주사 버튼을 10분에 한 번씩 눌러댔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옆자리에서 병간호 중이던 엄마가 이 끙끙대는 소리에 한숨도 못 잤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ㅋ 잠 깨우기 싫어서 소리없이 무통주사 버튼만 눌러댔는데 그 소리도 요란했나 봅니다.
아파서 잠은 당연히 못 자고, 계속 발버둥 치다 결국 2시 반 정도에 진통제를 한대 맞았습니다. 근데 전혀 아무 소용 없음 ㅅㄱ요. 진통제고 머고 효과도 못 느낀 채 결국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는데 이게 참 신기하게도 새벽 4시 반을 넘어가니까 통증이 살짝 가라앉더라구요. 마취 완전히 깨고 밤 10시 반부터 새벽 4시 반까지니까 총 6시간이 정말 이 고통의 피크였네요. 그 전까지가 10의 고통이었다고 하면 새벽 4시 반부터는 한 4 정도로 고통이 가라앉았습니다. 물론 그래도 아픈 건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튼 혹시라도 저랑 똑같이 중족골 골절에 나사 박는 수술하신 분들. 마취 다 풀리고나서도 6시간 정도 참으면 새벽엔 고통이 좀 가라앉으니까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저의 경험이 이렇고, 제 주변 지인들도 새벽이나 다음날 아침 정도엔 다들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는다고들 하더라구요 힘내요.
수술 다음날부터는 그럭저럭 견딜 법한 고통이니까 대충 무통주사 맞아가며 뻐겼습니다. 솔직히 여전히 아프긴 했는데 첫날의 악몽이 워낙에 지독해서 아 이 정도는 껌이지 하고 참게 된 듯.
둘쨋날 밤부터는 팔 쪽에 꽂은 링거에서 자꾸 피가 역류하고, 주사 바늘 꽂은 부위가 통으로 부어서 그냥 새벽에 아예 링거를 빼버렸습니다. 덕분에 셋째날 새벽부터는 무통주사 없이 쌩으로 버텼는데 그럭저럭 버틸만 했어요.
퇴원 전 첫 드레싱 당시의 모습. 혹사 당한 내 발이 불쌍해 눈물이 핑 돌 지경입니다. 나중에 의사 쌤이 워낙에 뼈가 튼튼한 강골이라 웬만큼 넘어져서는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 같던데 도대체 어떻게 넘어지신 거냐고 묻더라구요. ㅋㅋㅋㅋ 다이노 하다가 넘어졌어요 선생님... 클라이밍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사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 일 없어 쓰는 골절 일기 (중족골 5번 기저부 골절) D +52 (0) | 2022.03.31 |
---|---|
할 일 없어 쓰는 골절 일기 (중족골 5번 기저부 골절) D +20 (0) | 2022.03.19 |
할 일 없어 쓰는 골절 일기 (중족골 5번 기저부 골절) D-day (0) | 2022.03.19 |
라오어2 개인 리뷰 (앨리 위주) (2) | 2020.06.30 |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 청사자반 클리어 후기 (0) | 2019.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