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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10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 에델레스 - 알파와 오메가(19+)
- 2019.10.30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 에델레스 -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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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새하얗게 얼어붙은 호수의 위로 발을 올린다. 온 사방을 뒤덮어 풍성하게 포개어진 얼음의 장막은 스쳐 지나가는 달빛마저 잘게 부수어삼킨 채 은은히 빛난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끝없이 깊고 어두운 것 같기도 했다가, 또 동시에 모든 것을 뱉어내는 아름다운 거울과도 같은 얼음의 꽃밭. 부드럽게 날을 내리고 다리에 힘을 줘 몸을 굳히며 허리를 뻗는다. 두 발을 딛고 서는 것만으로도 제 앞으로 널리 뻗어나가는 달빛 아래의 광경을 말없이 눈에 담으면서, 벨레스는 압도될 정도로 너른 호수에 감격한다. 새파란 달빛 아래서 찬연히 빛나는 얼어붙은 호수는 가히 경이로울 정도로 아리따워 보는 이를 매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이런 광경을 함께 나누고싶은 반려가 있다. 벨레스는 자연스럽게 얼음을 제치고 원을 그리며 빙글 돌아 제가 떠나선 단단한 땅 위로 고개를 세웠다. 빙판 위에 올라선 채 유유히 얼음 위를 가르며 고개를 돌리면,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저를 응시하는 예쁜 자색 눈동자가 있다. 온몸을 무겁게 덮은 짙은 털옷에 감싸여 두 손을 꼭 쥔 채 주저하는 반려. 익숙한 정복 차림이 아니라 추위를 피하기 위한 여러 겹의 겨울옷에 감싸인 황제는 어딘지 평소보다 더욱 체구가 작아보이는 감이 있었다. 왜소한 몸 위로 털가죽 옷을 망토처럼 두른 자그마한,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웅장하고 위대한 자. 벨레스는 재게 발을 놀려 제 반려의 곁으로, 에델가르트를 향해 미끄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내뻗었다.
"……스케이트 타기 딱 좋게 얼었어."
"……그래……?"
본래라면 벨레스의 손을 바로 잡았을 터이나 에델가르트는 좀처럼 손을 뻗지 못하고 침을 삼킨다. 그러나 고민은 잠시일 뿐, 내밀어진 손과 벨레스의 얼굴을 불안스레 오가며 저어하던 눈길이 결심한 것처럼 길을 찾는다. 천천히 내뻗어오는 손을 부드럽게 맞잡고, 벨레스는 조심스레 에델가르트를 끌어 언 호수 위로 발을 이끈다. 스케이트날이 얼음 위를 딛자마자 에델가르트가 비틀대며 다리를 떨고 작은 신음을 뱉었다. 벨레스는 미끄러지지 않으려 본능적으로 달라붙어오는 에델가르트를 부둥켜안으며 잘게 웃음을 흘렸다.
"괜찮아, 엘?"
"물론. 간만이라 그래. 금방 적응할 거야."
당당하게 말하는 것과는 달리 벨레스의 팔을 꽉 잡은 손은 떨어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게 기대선 에델가르트가 스스로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벨레스는 말없이 에델가르트의 손등을 제 것으로 덮었다. 간신히 자세를 취한 에델가르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얌전한 신호에 맞춰, 성급하지 않게 호수 위를 가른다. 몇 번인가 자연스럽게 얼음 위를 미끄러져 단단한 땅과 서서히 멀어지는동안, 에델가르트는 그저 벨레스에게 매달린 채 앓는 소리를 내며 끌려오고 있었다.
"……선생님, 너무 멀리가는 것 같은데…….."
벨레스의 팔을 끌어안은 채로 엉거주춤 허리를 숙인 에델가르트가 불안스레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돌아본다. 벨레스의 여유로운 스케이팅에 의해 천천히 맨 땅과 거리가 벌어지면서, 그와 비례하여 에델가르트의 불안도 점차 늘어가기 시작했다. 젠 체 하는 제 반려의 낯 아래에서 일렁이는 불안을 감지하면, 벨레스는 그제야 발을 멈추고 제 몸을 세웠다. 관성에 의해 슬슬 벨레스를 따라오던 에델가르트도 자연스럽게 벨레스의 품으로 이끌려 안겨든다.
"괜찮아, 엘? 너무 빠른 것 같다면, "
"난 괜찮아. 정말이야. 그냥 잠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야."
벨레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저 에델가르트의 어깨를 두드렸다. 제도에서 먼, 최북단의 옛 왕국령을 순방하게 된 차에 실뱅의 추천으로 몇몇 장소를 소개 받았다. 고티에 영지 내의 인적이 드문, 그러나 경관이 아름다운 겨울 호수의 이야기에 에델가르트가 흥미로운 기색으로 고개를 기울였을 때, 벨레스는 언제고 둘이 함께 그 호수를 방문할 것을 알았다.
"엘이 스케이팅에 서툰 줄은 몰랐어."
"제도는 이렇게 호수가 얼어붙을 정도로 춥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탈 기회가 적긴 하지."
마침내 에델가르트가 천천히 손을 떼어낸다. 실험하듯이 벨레스로부터 느릿하게 멀어져 제 몸을 세우면서, 팔을 펼친 채 호수의 위를 걸음마 떼듯 조심스레 노닌다. 두 팔은 넓게 펼친 채 얌전히 몸을 숙여 나아가는 모습이 마치 처음 걸음을 떼는 작은 아이와도 같아 벨레스는 제 입가에 떠도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온통 새하얗게, 푸르게 얼어붙은 장막의 위에서 바람을 따라 휘날리는 은빛의 머리카락은 마치 달빛이 춤추는 것 같기까지 하다. 자수정처럼 또렷하게 빛나는 자색의 눈동자는 제가 날을 딛는 얼음과, 휘청거리는 다리와, 그리고 그 앞에 안정되게 서 저를 지켜보는 벨레스를 따라 흐르며 유영한다. 푸른 호수와 어우러져 흔들리는 하얗고 작은 에델가르트의 모습은 어쩐지 조화로운 하나의 그림 같기도 했다.
"예쁘다, 엘."
그 아름다운 모습에 벨레스는 잔잔히 찬사를 흘렸다. 스케이트 날 사이로 부숴져 흩날리는 얼음 조각을 관찰하던 에델가르트가 더러 고개를 들어올린다. 저를 기쁘게 응시하는 벨레스의 눈에 마주 미소를 짓고, 넓은 호수를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네, 정말이야."
"호수도 예쁘다."
"응, 그렇지…… 호수도……?"
무심결에 동의하던 에델가르트가 의아한 기색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기울였다. 벨레스는 제 반려를 칭송한 것이나 정작 에델가르트는 호수가 예쁘다고 한 것으로 오해한 모양이었다. 물론 이 한겨울 밤의 호수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지만, 벨레스가 가장 사랑하고 고이 여기는 것은 기실 에델가르트 밖에는 없다. 벨레스는 제 반려의 의뭉스러운 표정에 그저 작게 웃음을 흘리며 재차 입술을 열었다.
"엘, 예쁘다."
그제서야 에델가르트의 눈이 멎는다. 호수를 떠다니던 시선이 벨레스에게로 흘러와 부드럽게 멈춰서 눈가를 두드린다. 호를 그리며 미소 짓는 입가는 지켜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쁨을 자아낸다. 저를 어루만지는 시선에 기쁘게 응하면서, 벨레스는 에델가르트를 조용히 눈에 담았다. 벨레스를 훑는 선명한 눈빛은 그저 청량하고 또 따스해서 영원토록 눈을 맞추고 싶게끔 하는 포근함이 있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던 에델가르트가 곧 부드럽게 입술을 연다.
"……선생님이야 말로, 예뻐."
포드라 대륙 끝의 얼어붙은 땅이지만, 이 순간 가슴 깊이 차오르는 행복과 따뜻함은 그 어떤 추위로도 쫓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벨레스는 제 안에서 물씬 퍼져오르는 따뜻하고 풍부한 감정에 말없이 몰두하면서, 느릿하게 제게 다가오는 에델가르트의 팔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이제 조금 괜찮아졌나?"
"아까보단 꽤 나아졌어. 몸으로 하는 건 뭐든 자신 있는 걸."
"그렇네. 엘은 언제나 빨리 익히는 편이었지."
벨레스는 에델가르트의 어깨춤을 툭툭 두드리고는 제 손등으로 부드럽게 볼을 쓸어내렸다. 차갑게 내려앉은 하얀 살결 위를 보드랍게 매만지면, 에델가르트의 자색 눈동자가 단정하게 깜빡이며 저를 눈에 담는다. 벨레스는 제게 안기듯이 가까워진 에델가르트의 언 귓가를 양 손으로 덮으면서 느리게 하얀 이마 위에 키스를 내렸다. 고아한 은빛 눈썹 위로 따뜻한 숨을 내쉬고, 자연스레 저를 찾는 입술을 가볍게 두드린다.
제 입술 아래서 달싹이는 붉은 살결을 눈을 감은 채 가만 음미하고 있으면, 마치 세상에 단 둘만이 남아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옹알이 하듯 가볍게 열렸다 닫히는 입술을 가만 제 것으로 내리누르고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는다. 벨레스는 옅은 버드 키스를 흘리면서 에델가르트의 입술 너머로 잘게 웃음을 뱉었다. 얌전히 서서 키스를 받던 에델가르트가 연이은 장난에 불만스러운 낯으로 입술을 닫는다. 얼어붙은 호수의 위에 불안정하게 선 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몸을 당기거나 붙이지도 못하고, 그저 주어지는 대로 짧은 키스세례를 받는 게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벨레스는 키득대며 놀리던 것을 멈추고 부드럽게 에델가르트의 팔을 끌어당겼다. 엉거주춤 몸을 숙인 에델가르트가 헛숨을 삼키며 자세를 다잡는다.
"……하, 선생님 정말……."
"……."
그러나 그 불만스러운 기색은 무어 잘못된 게 있냐는 듯 말갛게 웃는 벨레스의 얼굴을 보고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엘, 손 잡은 채 같이 타면 괜찮을 거야."
"……장난치려고만 하지마."
불퉁한 목소리로 퉁명스레 내뱉는 듯 싶다가도, 결국 벨레스의 웃는 얼굴을 따라 에델가르트 역시 미소를 짓는다. 곧 둘은 단단히 손을 맞잡고 서로의 팔을 얽었다. 앞선 벨레스가 조심스레 에델가르트를 당기며 얼음을 박차면, 뒤이어 에델가르트도 몸을 숙인 채 벨레스를 따라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혼자 힘으로 두 사람을 끌어가는 것은 분명히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엉성한 느낌이었으나 벨레스는 이마저도 즐거워 결국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진정해, 선생님. 비틀 거리잖아……!"
"무섭나?"
"……넘어지는 게 무서웠다면 따라오지도 않았어."
"그렇겠지."
벨레스는 희미하게 속삭이면서 에델가르트를 돌아봤다. 흔들리는 몸과는 달리 말끔한 표정을 한 에델가르트가 또렷하게 눈을 맞춰온다. 벨레스의 손에 의지한 채 천천히 미끄러지는 몸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으나, 선명한 눈빛은 물러서지 않고 빛을 발한다. 벨레스는 에델가르트의 단정한 낯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에델가르트는 언제나 깔끔하고 강직한 눈을 하고있어 지켜보는 제 마음마저 청명해지게 하는 기운이 있었다. 제 아무리 피로하고 지친 상황이라 해도 그 보랏빛 눈동자에 아로새겨진 별빛과도 같은 의지는 좀체 사그라드는 법이 없었다.
"잠깐, 선생님……. 앞을 봐야지!"
그러나 제 반려의 얼굴에 눈이 팔린 대가는 혹독한 것이다. 호수 밖에서부터 팔을 뻗으며 늘어선 길고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스쳐지나가는 벨레스의 다리를 잡아챘다. 잠깐 새에 몸이 휘청여 쏟아져내리고, 얼어붙은 호수 위로 나동그라지면서, 벨레스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 한팔로 간신히 바닥을 짚었지만 미끄러운 빙판 위에서 제대로 멈춰서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제가 쓰러진 것은 별 신경쓸 일도 아니었다. 벨레스는 제게 의존해있던 에델가르트가 손을 놓치고 덩달아 옆으로 미끄러져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가히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이 멎고 충격과 침묵이 제 뇌리를 덮어 사방이 저를 조여드는 불안감. 벨레스는 놀라 아무렇게나 바닥을 짚고 에델가르트를 향해 기어갔다. 채 숨을 삼키지도 못한 채 그저 떨리는 손으로 호수 위로 쓰러져내린 에델가르트의 어깨를 짚고, 상체를 들어올려 세운다.
"엘, 엘! 괜찮나? 괜찮나?!"
거의 정신이 없는 채로 에델가르트를 마냥 끌어안고, 차게 언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충격으로 깜빡이는 보랏빛 눈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관찰한다. 힘없이 늘어진 팔 다리를 불안하게 훑어가며 왕복하고 혹시 잘못된 곳이 없나 안절부절 못하며 입술을 깨무는 때였다. 바닥을 짚으며 몸을 세운 에델가르트가 한 손으로 벨레스의 턱을 붙잡아 세운다. 어쩔 줄 몰라 헤매는 고개를 단단히 붙잡아 제게 돌리면서, 에델가르트는 작게 헛웃음을 뱉었다.
"……선생님, 제발. 나는 괜찮으니까 당신부터 걱정해. 나보다 더 놀랐잖아."
에델가르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평탄한 표정으로 이내 천천히 벨레스의 턱을 쓰다듬는다. 깜짝 놀란 벨레스를 진정시키려는 것처럼 부드럽게 오가는 손은 비록 차게 얼어있었지만 그 손길만은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기운을 품고있었다. 제 한쪽 뺨을 감싸안은 에델가르트가 느리게 저를 다독이고, 흔들림 없이 단단한 기색의 눈길이 걱정 말라는 듯 저를 올려다보면, 마침내 벨레스는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미안, 미안하다, 엘…… 조심했어야 했는데……."
"넘어지는 건 무섭지 않다니까……. 선생님이야 말로,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나는 상관없어……."
"선생님,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 나한텐 당신이 가장 중요해. 다친 곳은 없는 거지……?"
벨레스는 말없이 입술을 달싹였다가, 곧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 심장이 아우성 대는 것을 빼면 사실 어디 하나 아픈 곳은 없었다. 벨레스의 괜찮다는 신호에 마침내 에델가르트도 마음이 놓인 모양이었다. 에델가르트는 곧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두 팔로 얼음 위를 짚은 채 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차가워."
"미안, 엘……."
"아냐. 시원해서 좋은 걸."
"일어설 수 있나? 도와줄까?"
"안아들 생각은 하지도 마. 나 혼자 일어설 거야."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에델가르트는 벨레스의 손을 붙잡았다. 위에서부터 저를 끌어올리는 벨레스에 맞춰 가뿐히 몸을 세우고, 제게 묻어난 얼음 부스러기를 대수롭지 않게 털어내며 피식 웃는다.
"정말이지."
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별 것 아니었다고, 예사롭게 웃는다. 얕게 웃는 그 모습에 결국 벨레스는 참지 못하고 에델가르트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품 안에서 비틀거리는 것도 잠시, 곧 진정된 두 팔이 슬그머니 저를 마주 안는다. 벨레스는 제 등과 어깨 위를 오르내리며 허리를 천천히 쓸어내리는 손길에 안도하며, 말없이 제 품 안에 들어선 몸을 더욱 단단히 품어 안았다.
"……다행이다."
에델가르트가 침음을 흘리며 벨레스의 허리를 당겨서 안고, 마침내 두 사람은 단단히 붙어선 채 조용히 숨을 죽였다. 맞닿은 품 너머로 서로의 심장 소리가 마주 들리는 듯한 착각 속에서. 귓가를 울리는 상대의 숨결에 맞춰 눈을 감는다. 조용한 적막 가운데 새어나는 서로의 평온한 숨소리를, 머리칼을 흐트러뜨리며 지나는 바람결의 소리를 음미하면서. 외따로 떨어진 세상의 끝에 선 기분으로 나지막이 울리는 심박에 의존해 서로의 존재를 실감한다.
"이번엔 더 멀리 가보자, 선생님."
"……괜찮나?"
벨레스는 당면한 제안에 머뭇거리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에델가르트의 얼굴만 멀거니 쳐다보며 눈을 깜빡이면, 안정된 손길이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제 등을 연신 도닥인다. 일정한 박자로 가볍게 내려앉는 그 손길에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살풋 눈썹을 찌푸리자, 흐드러진 미소를 꽃피우며 에델가르트가 입술을 열었다.
"괜찮아. 당신이 있잖아."
당신이 옆에 있다면 아무 것도 두려워 할 게 없다고, 제 앞에서 속삭이는 그 단정한 목소리가 벨레스에게로 스며든다. 자그맣고 왜소하지만 그 누구보다 지대하고 강인한 이. 사랑스러운 반려의 단언에 그저 환희에 차 가슴이 널뛰기 시작한다. 벨레스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저를 찾아 움직이는 에델가르트의 두 손을 소중히 부여잡았다. 벨레스보다 약간 작은 손이 매끄럽게 깍지를 끼며 흘러들어온다. 단단히 틀어잡아 자물쇠처럼 교차하는 손이 꼭 두 사람이 끝까지 함께 할 미래처럼 느껴져서, 벨레스는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자, 엘. 이번엔 더 멀리."
-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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