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년. 샹년. 개년. 시발년. 어떤 단어로 표현해도 부족할 것만 같은 여자가 있다. 영악하고 이기적이고 까칠하고 복잡해서, 감히 그 싸가지없음을 재단하기도 힘든.
"씨발!"
존나 까탈스럽기가 고슴도치보다 더한 년. 담배 필터를 씹어물면서 다희는 죄없는 가슴팍만 퍽퍽 내리쳤다. 속 안에 응어리 진 것이 오갈데없이 가득차 손발까지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은 터질듯이 박동해 제대로 호흡하기도 힘들었다. 분노로 부글부글 끓는 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라이터를 딸각이면서. 다희는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별 것도 아닌 일이었다. 명령이 꼬였다. 두 상사가 각기 같은 일을 지시하면서 결과적으로 같은 일을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둘 모두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사람이라 어쩔 방도가 없었다. 각자의 방식에 맞춰 따로 진행하느라 진도가 더뎌졌고, 결과적으로 시간 내에 맞추지 못 했을 따름이다.
그런데 그 시발. 후. 라시현이 그걸 발견했다. 대놓고 다희의 능력과 일처리를 비꼬면서, 다희가 마무리 한 서류를 쓰레기처럼 내던진 것이다.
'다희 씨 능력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 유두리 없이 그걸 곧이곧대로 따라들어서 실행해요? 틀린 것 같으면 알아서 제 선에서 수정하는 게 정답 아닌가?'
여기가 군대인 줄 알아요? 하고 비웃던 라시현. 갑갑하게 채워진 블라우스 단추를 거칠게 풀어내면서, 다희는 제 손 안에서 우그러진 담배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장초고 뭐고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칙칙 거리며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낼 뿐 불이라고는 올라오지 않는 라이터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들린 모든 걸 바닥에 내던져버리고 가슴께를 쥐어뜯었다. 숨이 막히고 홧홧대는 열이 차올라오는 것이,
"홧병났니?"
"그래! 홧병 씨발 홧병!"
버럭 반사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가. 다희는 곧 얼음처럼 굳어졌다.
"어, 저... 라시현 선배님?"
"왜? 류다희."
둘만 있다고 바로 말을 놓는 그 변화무쌍한 모습에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말을 잇지 못하겠다. 다희는 그저 낭패한 제 기색을 숨기기 위해 헛기침을 하면서 말없이 손바닥을 털었다. 손가락에 묻어난 담배 찌꺼기를 훌훌 털어내면서 어색하게 서있자, 군시절과 거의 변한 것이 없는 시현이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불러놓고 제사 지내니?"
"...아뇨. 아닙니다."
"왜 그렇게 굳어있어?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한다니?"
"..."
어떻게. 라시현을 군대 안에서도 모자라 사회에서까지 마주칠 수가 있을까. 어긋나도 잔뜩 어긋난 제 운명을 원망하면서, 다희는 입술을 짓씹었다. 군시절 내내 저와 반목하며 부딪히더니만 결국은 직장 상사로 다시 나타나 이제 새로이 저를 괴롭힌다.
"귀신 본 것처럼 서있지 말고 담배나 한대 줘볼래?"
"금연하신 거 아니셨습니까...?"
"누구 얼굴을 보니 담배가 다시 말리네. 안 좋은 기억도 조금 떠오르고."
전혀 힐난하는 기색없이 평탄한 어조로 중얼이면서, 시현이 냉막한 눈으로 다희를 응시한다. 그게 꼭 마치 다시 군시절로 되돌아간 것만 같아서 다희는 심란한 기분이었다.
"왜 그런 눈이니?"
니가 나보다 잘 알겠지. 마음속으로 중얼이면서 결국 다희는 시현에게 제 담배를 내밀었다. 바닥에 내던진 라이터도 주워들고와서 다시 불을 붙여올린다. 그런 제 행동을 지켜보는 시현의 눈빛이 마치 얼음장같이 차갑고 사무적이어서 다희는 찬찬히 소름이 돋는 듯해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전과 같았다. 소리없이 들이킨 연기를 제 앞에 대고 내뿜으면서, 시현은 차분하게 다희의 뺨에 제 한 손을 올렸다. 더 이상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 손길은 턱을 타고 목으로 내려가 잔뜩 풀린 블라우스 안의 다희의 하얀 살 위로 내려앉는다. 그 손길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서있는 채로, 다희는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짜릿한 긴장과 오한을 다스리기 위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후... 잘하자, 다희야."
흐릿하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다희의 쇄골께를 쓰다듬으면서, 시현이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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